지난 연애를 끝낸지 정확히 4개월이 지났다.

뜨거웠던 6월 초여름 나는 그 사람과의 약 2년간의 연애를 정리했다.

2년간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 아침을 함께하고 하루를 마무리했던 사이였지만, 

이별은 생각보다 덤덤했고 쉬었던 것 같다.

"헤어지자"라는 말이 머리보다 빠르게 내 입에서 나왔고 그 사람은 몇일을 붙잡았지만 

나는 되돌이키지는 않았다. 

이유는 확실하지 않았지만 그저 싫었으니까 그 연애가.


내가 헤어지자 말한게, 우리가 이별을 맞이한게 단순한 이유 한가지 때문은 아니였다. 

내가 이별을 고하기 직전까지도 나는 여전히 그 사람이 애뜻해했고, 사랑했으니까.

오늘 드라마 "연애의 발견"을 보다 그 이유 중 하나를 문득 알게되었다.

나는 더이상 그 사람에게 져줄 수 없게 되버린 것이었다. 



드라마 속 성준과 정유미의 관계처럼, 우리의 연애는 평등하지 않았다.

종종 그 사람의 잘못으로 싸울때면 분한마음, 억울한 마음 속으로 삭히고, 

오히려 내가 잘못했다 말했고, 

참 바보같게도 그 사람이 나 몰래 다른 남자를 만났을때 조차 제대로 따지지 못하고 넘어갔으니까. 


왜 그랬었을까?

내가 그 사람을 더 많이 좋아했고 사랑했기 때문이다. 

내가 그 사람한테 져주지 않으면 헤어지게 될걸 알았으니까, 

나에게 그 사람과의 세상이 끝나는게 너무나 무서웠으니까.

그래서 그렇게 나는 언제나 져줄수밖에 없었다. 

반대로 그 사람은 나를 덜 사랑했으니 내 맘을 무기로 매번 이길수밖에 없었다.


그 사람을 매일 더 사랑했지만 그 이상으로 불안감은 더 커졌다.

사소한 표정, 목소리의 변화에도 안절부절 못하게 되버렸고 

오히려 함께있던 매 순간이 너무나도 불편하고 곤욕스럽게 되버렸다.

언젠가 이 사람이 나를 더 좋아하겠지, 

그때가되면 지금 내가 힘든 것들 전부 보상받을 수 있겠지 

그런 맘으로 열심히 버텨보려했다. 

하지만 버텨도 버텨도 그 사람은 그대로였고, 

결국 바뀌어 버린 것은 나 자신뿐이였다. 


우리가 사정상 잠시 떨어져 있게 되었을 때 그 사람과 함께하면서 얻었던 모든 불안감, 

불편함이 사라져버렸다. 

그때 깨달았다. 

그 사람과의 관계가, 우리의 연애가 내게는 더이상 이어나갈 수 없다는 것을 

그리고 내게 있어 이 관계는 터무니 없이 무거워져 버렸다는 것을.

더이상 내가 더 사랑한다는 이유로 약자가 되어야하고, 

억울해야하고, 

분해야하는게 너무 지긋지긋해져 버렸다.


헤어지잔 말을 입에서 꺼냈을때도 나는 분명히 그 사람을 사랑했다.

하지만 내가 더이상 불안해하며 참기에는 관계 자체에 대해 스스로 많이 지쳐버렸다. 


연애가 공평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.

둘중 하나가 더 좋아할 수 밖에 없고, 당연히 더 좋아하는 사람이 져줄 수 밖에 없다.

그런 사실에 억울한 마음은 없다.

다만, 내가 그 사람이었다면 자신이 많이 사랑받음에 감사하고 겸손했을것이다. 

내 다음 연애는 분명히 과거의 연애와는 다를 것이다.

상대방에게 져주기만하지는 않을거고 바보처럼 참지만은 않을테니까.

물론 그전에 상대방을 이기려고 들지도 않겠지만. 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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